다가오는 ‘안철수 종말론’ 예측 시나리오

安, 리더십 부재 직면…“새정치의 꿈은 어디로”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4/07/10 [16:45]

다가오는 ‘안철수 종말론’ 예측 시나리오

安, 리더십 부재 직면…“새정치의 꿈은 어디로”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4/07/10 [16:45]
새 정치를 꿈꾸던 ‘안풍’이 유명무실해졌다. 한때 차기 대권주자로서 범야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공동대표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배경에는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통해 측근 심기에 나선 그가 ‘안철수 키즈’ 키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당내 공천 계파 갈등을 잠재우지 못 한데 있다. 게다가 야권 차기주자 선호도에서 같은 당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밀린데다 손학규 고문에게조차 뒤를 바짝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 개인의 정치적 생명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안철수 키즈’ 키우기 급급…공천 계파 갈등의 중심
문재인·박원순에 밀려 차기주자로서의 존재감 ‘無’


기존의 지지층마저 ‘흔들’…정치생명 재보선에 달려
명분 없는 ‘구태정치’ 맹비난, 당내 불만 폭발 직전



▲ 전략공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안철수 공동대표. 최근 당내 ‘리더십 부재’에 직면한 그는 정치생명이 걸린 재보선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요즘 야권 일각에서 ‘안 대표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당내에서는 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리더십 부재

우선 그 단적인 예로 야당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서 서울과 수원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하기로 했다가 내부 반발에 의해 공모방식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동작을이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상태이고, 경기도 수원에서는 4개 지역구 중 수원을(권선)·병(팔달)·정(영통) 3곳이나 재보선이 확정됐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서울에서 손학규 상임고문은 수원에서 출마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들 지역에 대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진들과 논의까지 마쳤다. 그런데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당초 선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실제 지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7·30 재보궐 선거 전략공천 지역 선정안’을 놓고 조경태,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전략공천에 따른 당의 분열 등으로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으며, 신경민 최고위원도 “비민주적인 방법”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 대표의 뜻이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꺾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에 최측근인 금태섭 대변인의 전략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에 구민주계의 반발이 거셌다. 구민주계와 안철수계의 지분 쟁탈전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이 지역구에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로 분류되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 공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는 곧 안 대표의 부실한 당 장악력을 보여준 셈이다.

게다가 안 대표는 당초부터 재보선 출마의지를 지니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 등을 겨냥,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하며 은근히 불출마를 압박해 왔다. ‘신진등용’이라는 미명 아래 전략공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손 고문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서 승리하는 것도 선당후사’라며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결국 안 대표가 명분에서 우세한 손 고문에게 무릎을 꿇은 셈이다.

사실 안 대표의 존재감 상실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그의 면모가 형편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6월 넷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안 대표는 10.9%로 4위에 그쳤다. 이는 셋째 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1위는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현상’을 일으킨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18.5%를 얻어 셋째 주 대비 1% 포인트 상승했다. 2위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5.8%)이 차지했다. 문 의원도 같은 기간 0.9%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11.6%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상승하며 3위에 올랐다.

▲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 윤장현 광주시장을 후보로 전략공천해 당내 반발을 샀다.     © 주간현대
이같이 차기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반면 안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리서치뷰가 지난 7월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국정수행 지지율은 36.1%에 그쳤다. 이에 반해 과반이 넘는 54.7%는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보다도 낮은 것으로 이런 현상도 취임 후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채 여당과의 정당 지지율에서조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의 상황을 감안하면, 리더십 부재 논란과 앞서 안 대표를 지지한 중도층이 또 다른 제3의 후보를 찾아 나섰다는 분석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또다시 전략공천을 한다면, 이번 7·30 재보선 이후 정치적 생명은 끝”이라며 “정치를 길게 보고 가야지, 빠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촉발된 ‘안철수 현상’이 완전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새정치 실종

안 대표는 18대 대선 당시까지만 해도 특유의 ‘타이밍 정치’로 민주통합당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롯해 범야권의 정치판을 뒤흔들 만큼 세대교체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 제3지대에 선 유권자들이 안철수 현상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선언부터 잇단 공중파 출연과 범야권 단일화 승부수 등 그는 언제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올해 초 이뤄진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출범도 안 대표의 깜작 승부수의 연장선상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때때로 스텝이 꼬이기도 했다. 18대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11월2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그의 대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은 결과론적으로 범야권의 지지층 분열로 이어졌다.

이후 새정치연합 출범 이후에도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 등은 안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당초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무공천’ 결과를 낙관하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들게 된 것.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통합,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장 핵심가치로 내세운 것이 무공천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과 신뢰를 잃게 되면서 리더십은 바닥을 쳤다.

이런 이유로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대표를 겨냥해 ‘사철수’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 새정치를 표방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던 ‘독자정당’ 포기 등에 더해 또 한 번의 결정적 순간에서 ‘철수’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자연스레 무공천을 빌미로 공천을 유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겨냥, 공약파기를 비판해 온 터라 안 대표는 할 말을 잃게 됐었다. 이는 새정치의 아이콘처럼 인식돼온 안 대표의 정치적 생명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안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며 정치의 새바람을 몰고 왔으나 기존 정치권을 뒤집을 만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오히려 기성 정치문화에 흡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정치를 얘기만 할 뿐 실천적 행동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데 따른 실망감은 유권자들에게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당 입장에서는 공천을 통해 참패 우려를 딛고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호재였다. 하지만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약속정치를 강조해 온 안 대표가 공약을 파기했다는 공세의 빌미를 제공해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자연스럽게 대여투쟁 기조인 ‘약속정치 대 거짓정치’라는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됐다.

당시 안 대표는 공천번복에 대한 책임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지방선거에 매진키로 하면서 다시 반전을 연출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새정치 이미지를 강조해 안 대표를 지방선거의 전면에 내세워 표심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은 신통치 않았다.

실제 6·4 지방선거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과 충청권을 비롯해 9곳에서 승리해 경기·인천·부산을 포함해 8곳에서 승리한 새누리당과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등 잇단 악재와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 속에서도 여당에 압승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울러 지방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는 리더로서 공천과정의 불협화음을 그대로 노출시켰고, 지도력은 광주 민심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안철수의 남자’로 불리는 윤장현 당시 후보 전략공천이 광주 민심을 거스른 무리한 지분공천이라는 비판이 잇따른 것. 윤 후보가 패할 경우 안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했고, 새정치연합의 지역적 근간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윤 후보의 당락이 선거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광주시장 선거는 안철수 리더십의 시험대가 되기도 했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광주는 윤 후보를 57.9%로 선택하면서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광주의 선택에 힘입어 안 대표는 리더십의 최대 위기는 극복했지만 결국 이는 안 대표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가 호남의 힘을 얻어서 되살아났다’는 식의 해석은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선을 준비할 때 독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에게 ‘호남 대권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화되면 수도권이나 중도층에게 확장성을 얻기 어렵게 된다.

결국 이는 야당에게도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이 지역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다는 인상을 주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정권창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선거기간에 광주 유권자들을 향해 윤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정권창출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말이 안 대표 및 새정치연합을 호남지역에 국한시켜 정권창출을 더 어렵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부산 선거에서 간신히 이겼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에 올인 한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산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의 가늠자가 됐던 지역이다. 안철수 대표가 대선 때만큼 부산에 공을 들였더라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부산을 지키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부산에서 오거돈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면 우리는 아마 졌을 것이다. 이번에 2만 표 차이로 부산이 이긴 건데, 솔직히 이번에 부산에서 이긴 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당선을 호남의 ‘안철수 살리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전남·전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북은 14개 지역 중 7곳에서, 전남은 22개 지역 중 8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차기 대권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지명하는 유권자도 크게 줄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는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다른 야권 대권주자에 비해 경쟁력을 보였던 ‘중도’ ‘확장성’의 이미지도 잃어버린 셈이다. 자연스레 안 대표가 놓친 ‘중도’ ‘확장성’ 이미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시장 임기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차기 대선후보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는 야권에서 광주가 아니라 서울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이번에 서울의 경우 강남3구 및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기초자치단체장을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석권했다”며 “이들 구청장 중에는 박원순 시장 모델과 동일시되는 김영배 성북구청장, 이해식 강동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들 구청장은 젊고 개혁적인 자치단체장들인데 이런 단체장들이 박원순 시장과 일체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는 곧 서울이 야당의 새로운 지역적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희정 지사가 당장 정치권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며 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도 당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안 대표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안 지사는 충청 출신 대통령을 원하는 충청 민심에 힘입어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또한 안희정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올려놓고 경계하고 있다.

벼랑 끝 승부

결국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야당은 앞으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퇴진 여부를 놓고 내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현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한동안 당 전면에서 물러서 있던 친노 등 구주류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계파 간 갈등도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기 전당대회의 개최여부, 7·30 재보선 결과에 따라 안 대표의 거취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안 대표가 측근 심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승부수를 던질지, 전략공천으로 정면 돌파를 택할지 선택의 시간이 임박해오고 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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