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은 ‘1960년대 숨은 걸작’으로

김선옥 기자 | 기사입력 2015/08/06 [17:38]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은 ‘1960년대 숨은 걸작’으로

김선옥 기자 | 입력 : 2015/08/06 [17:38]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포스터     ©배종태 기자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는 그 동안 회고전을 통해 김기영, 김수용, 한형모, 유현목, 신상옥, 이만희, 김기덕, 정진우, 임권택 감독 등 매해 한 감독의 대표작을 소개해왔으나 올해는 20회를 맞아, 한국영화의 최초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숨은 걸작 8편을 한국영화회고전을 통해 재조명한다. 

1960년대는 연평균 200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되며 국민 1인당 관람 횟수도 4~5회를 기록할 만큼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감독이 많이 배출되었으나, 1년에 대여섯 편씩 빨리 찍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후대에 ‘작가’로 인정받은 감독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오늘날 많은 영화가 소실되어 한국의 작가 연구는 몇몇 유명 감독에 한정되었는데 이번 회고전은 한국영화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감독과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에 소개되는 8편은 그 동안 한국영화회고전에 선보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걸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들이다. 박상호, 조긍하, 이봉래, 이형표, 이상언, 이용민, 이성구, 최하원 등 숨은 걸작을 만든 감독들 또한 이번 회고전을 통해 새롭게 주목 받을 감독들이다. 

한국의 분단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풍부하게 그린 박상호 감독의 <비무장지대>(1965)는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능가하는 비극미를 보여주는 작품. 일본영화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女が階段を上る時>를 원작으로 하는 <명동에 밤이 오면>은 이형표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한국 갱스터 영화의 출발점을 짐작케 하는 <현금은 내 것이다>(1965)는 주로 멜로드라마를 만들었던 이상언 감독의 데뷔작. <현금은 내 것이다>와 마찬가지로 장르영화로서 주목할 작품이 이용민 감독의 공포영화 <살인마>(1965)이다. 근대와 전근대, 서구와 한국이 기이한 형태로 뒤틀린 형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가부장제 사회 속에 억눌린 성욕이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모더니즘이 꽃핀 시기이기도 하다. 그 대표작으로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과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도 이번 회고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군의 수염>에는 신동헌 작가가 만든 걸작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있는데 당대 이렇게 뛰어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조긍하 감독의 <육체의 고백>(1964)과 이봉래 감독의 <육체의 문>(1965)은 몸을 팔아 살아가야 했던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바라본 영화들. 두 편 모두 우회적인 사회비판을 시도하는 작품들이다. 

이번 한국영화회고전의 프로그래밍을 맡은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1960년대는 아직 발굴을 기다리는 영화가 많은 시기이다. 이번 회고전이 그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이번 회고전의 의의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영화사의 또 다른 숨은 걸작을 찾고자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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