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육영수 레거시를 지키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난

충신은 적고 배신자들은 많은 정치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은 깊다

심상근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04/21 [09:07]

박정희-육영수 레거시를 지키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난

충신은 적고 배신자들은 많은 정치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은 깊다

심상근 칼럼니스트 | 입력 : 2016/04/21 [09:07]

 
▲ 심상근 /그림1. 남에게 안 보이는 것이 보이는 것은 지옥이다.    ©브레이크뉴스

 
지난 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락 주범은 김무성-최경환 동맹’에서 보인 그림을 바탕으로 그림1을 작성하였다. 그림 상단에 선명하게 보인 부분은 지금 기술하면 수긍이 갈지도 몰라도 작년 2015년 여름에는 하단에 보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작년 여름에 보이지 않는 광경을 나만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면 그 것은 나에게 지옥일 것이다. 나는 실제로 그 광경을 그 때 이미 보았고, 그 것이 실현되는 과정을 근 일년 지켜보면서 고통을 겪었다. 사람들은 앞을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

그 1년 간 내 눈에 선명히 보이는 지옥이 서서히 실현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로 지옥이고 고문이었다. 믿어지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그 과정에서 7킬로의 체중을 잃었다. 그 것은 공포였다. 할 수 없이 큰길 건너 한의원을 찾아가 증세를 설명하고 맥을 보고 한달 치 한약을 받고 며칠 간 침을 맞고 했다. “내가 어느 정치인 참모역할을 원격으로 하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나는 설명하였다. 물론 그 정치인이 누구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약으로 고칠 병은 아니었다.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의원에 가서 침 맞는 것을 중단하고 냉장고에 그득한 한약도 먹다가 그만두고, 오직 마음만을 고쳐먹었다. 즉, 나는 한국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내 평생의 꿈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그렇게 작정하였다.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의 체중은 곧바로 5킬로 증가하였고, 기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글은 이제 안 쓰겠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상황이 하도 급박하므로 계속 쓰고 있다. 다만, 한국을 향상시키겠다는 집념을 버린 채 되도록 평정한 마음으로, 산수문제 풀듯이, 쓴다.

내가 병이 나거나 심지어 죽으면 내가 스스로 박정희-육영수 두 분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약속은, 박근혜 영애를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래서 나는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박근혜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님 대변인 역할을 근 20년 전 내게 당부했을 때 나는 사양했으나 4년 반 전에 수용하고 그 역할을 풀타임으로 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친 것이다 (burnout).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림1에 보인 것처럼 남들은 못 보는 것이 내 눈에 미리 보이는 증세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병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타난 병이다. 그래서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도 일가친척 어른들 중에는 나에게 상담을 하는 적이 있었다.

 1997년, DJ 고발하면 지지율이 추락하여 낙선한다고 나는 팩스를 열 번 정도나 보내며 아우성을 쳤지만 이회창 대선후보와 그의 참모들은 모두 고발하면 지지율 올라간다고 주장하였다. 고발 직후 지지율은 9% 하락하였고 결국 낙선하였다. 그 고발 후 대선후보 독대 차 한국에 들리는 길에 만난 한 참모에게 신경질을 내며 나무랐다. “도대체 그런 것 안 말리고 무엇들 하는 거예요?” 이야기 끝에 그 참모는 신기한 듯이 물었다: “미국에서 그런 게 다 보이세요?”

“그래, 보인다, 어쩔래?”가 내 답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 미국에서 풀타임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도 한국 대선 판이 다 보이는 것이 이제는 한국에 와서 풀타임으로 보고 앉아있으니 안 보일 턱이 없다. 그 것은 진정 일종의 병이고 동시에 고문이다.

조물주는 공평하시다. 그런 몹쓸 병을 내게 주신 대신 신기한 수준의 내성을 동시에 주셨다. 건강수칙에 대하여 이따금 늘어놓는 나에게 동기들은 “그 것도 중요하지만, 네 경우는 타고 난 거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만 72세이지만 어떤 동기들은 6.25 통에 늦어져서 73세부터 심지어 76세까지 있다. 나는 1학년 초반에 전쟁이 터져 (당시는 개학이 4월 1일이었고, 누런 종이에 인쇄한 가난한 교과서는 6월 초에 겨우 배부되었다) 충남 외가에서 판판이 놀다 왔지만, 수복 후 나이에 맞추어 그냥 3학년으로 재입학하였다.
 
물론 나는 1, 2, 3, 4도 쓸 줄 몰랐다. 반 애들 태반이 그랬다. 1에서 10까지 써오라는 숙제를 제출하고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도화지 한 장 전체에 걸쳐 1부터 10을 원형으로 썼기 때문이다. 벽시계를 베끼어 갔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인석아! 숫자는 한 줄로 쓰는 거야!” 했고, 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아, 그렇구나!” 어머니에게 묻지 않고 내 딴에 자력으로 숙제를 해간다는 것이 그렇게 되었다. 그렇던 우리들은 이제 늙었고, 근래 여행 중 버스에서 내 뒤에 앉은 한 동기는 내 볶은 머리를 잡아 다녔다. “어?”하고 돌아보자 그는 “이 거 다 네 머리카락이냐?” 물었다. 가발이나 심은 머리로 의심한 것이다.

조물주의 배려로 나는 아직 머리카락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 이빨 하나 흔들리거나 빠진 적이 없다. 아무리 깨알 같은 글자도 다 보인다. 한 번 산에 오르면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한 번도 앉지 않고 5시간 이상을 걸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젊어서는 쉬지 않고 10시간을 걸은 적도 있다. 근래 기술한 적이 있지만 나의 일과 시작은 누었다 앉기 80번, 팔 굽혀 펴기 30번, 각종 스트레칭 300번, 2단 앞차기 100회 등이다. 만 72세라고 하면 통 안 믿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7시간 정도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안 가고 작업하는 것이 통례다.

다만, 한국을 반드시 향상시키겠다는 집념만 버리면 된다. 글을 써도 그냥 어영부영하는 마음으로 쓰면 된다. 아니면 조물주가 배려한 나의 체질도 망가진다. 그 것이 생전 처음 체중이 7킬로 빠지는 곤경을 치르고 난 후 내가 습득한 교훈이다.

학교와 공군 사병생활만 경험하다가 26세에 미국에 유학 가서 주류 중 주류가 되어 엘리트 급 백인들 틈에서 근무하고 살다가 환갑이 넘어 한국에 돌아왔으므로 한국은 나에게 별천지였다. 돈이 너무 자기에게 왔거나 자기 역할 이상으로 배당을 받으면 돌려주고 사양하는 것이 미국 백인들의 문화이다. 평생 자기 힘만으로, 자기가 기여한 만큼만 보상 받으며 살겠다는 것이 ‘양키들의 프라이드’이다. 이는 진실이다. 그 것이 미국문화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 하고 속이고 걸터듬고 해코지를 하면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다. 참으로 참담한 문화의 면이다. 이는 정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말로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결국 도루 가난해지고 약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가건 기업이건 도덕성의 결여는 반드시 패망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너무 애통해 하지는 이제 않겠다. 병들어 폐인처럼 되고 심지어 죽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 많은 아버지를 둔 여성은 참사랑을 만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권력이 너무 많은 아버지를 둔 여성은 군자들을 만나기가 힘들다. 이익추구에 귀재인 자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주위를 에워싸고 세상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국민 80% 정도가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보고, 국제시장 세대 민초들 대부분은 박정희를 영웅으로 본다. 민초들에게는 독재보다 가난이 천 배 만 배 더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한 아버지를 둔 박근혜 정치인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가였고 ‘박근혜 대세론’은 남산처럼 확실한 것이었다. 그런 박근혜를 내친 2008년 친이들의 공천학살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들을 되쳤다. 이번 부산에서 새누리당이 여러 석을 빼앗긴 것도 박근혜를 들이받은 김무성에 대한 민초들의 반격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유승민 지역구에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했다면 유승민도 낙선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무성이 유승민을 살린 것으로 나는 분석한다.

내가 지난 글들에서 분석한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애정과 충성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나는 분석한다. 언론이 마구 떠들어대는 것과 진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새누리당의 참패가 누구 잘못이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았다:

김무성 잘못 11.6% 이한구 잘못 14.2% 박근혜 대통령 잘못 57.5%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 정치생명은 끝난 것처럼 모두가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응답만 따로 모으면 다음과 같았다:

김무성 잘못 30.4% 이한구 잘못 29.1% 박근혜 대통령 잘못 17.9%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만 따로 모으면 다음과 같았다:
김무성 잘못 11.0% 이한구 잘못 6.9% 박근혜 대통령 잘못 73.6%
 
▲ 심상근     ©브레이크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미움 같은 것을 왕창 푸는 것이다. 어떻게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대통령 잘못이라는 평가가 17.9% 대 73.6%로 여야 지지자들 사이에서 갈릴 수가 있는가? 그 것이 감정에 충실한 한국인들의 실상이다.

어차피 더민주당 지지자들은 항상 영원히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관건은 보수 지지자들이고 그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지지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착시현상이 유승민 지지율이다. 근래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했는데, 다음과 같았다:

유승민 16.7% 오세훈 13.2% 김무성 10.1%
“와우! 유승민 파이팅!” 하기 전에 새누리당 지지자들 응답만 모아보면:
오세훈 29.1% 김무성 23.7% 유승민 12.2%

즉, 진보지지자들의 역 선택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이전부터 내내 언론들은 유승민 지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상승한다고 엄청 요란을 떨었다. 당시에도 유승민 지지자들 중 80-90%가 진보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죽어도 대선에서 문재인 찍지 유승민 안 찍는다.

박근혜 영애는 아버지 어머니의 애국심과 레거시를 계승하기 위하여 정치계에 나섰다. 세상이 아버지를 매도할 때도 박근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오직 나라만 위해 헌신하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치가들이 박근혜에게서 보는 것은 ‘영향력’이라는 정치자산이었다. 그러므로 그들 중 이기적인 욕심이 많을수록 기를 쓰고 접근하고 온갖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당장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동시에 여성으로서 남자들의 검은 속내를 읽는데 제한이 있었을 것으로 나는 분석한다. 그들의 꿀 같은 언행 깊이 숨겨진 독을 보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도1에 보인 그런 배신이 상당히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시장 세대 민초들은 속이 깊다. 그들은 이 정치적 난리 속에서도 박근혜를 믿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무엇인가 하겠다고 지금이라도 나서면 적극 호응할 것이다.
 
▲ 심상근/그림2. 골을 식히기 위해 나는 다시 발명에 시간을 쓰기 시작하였다.     ©브레이크뉴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님 대변인 역할 4년 반은 나에게 요지경 같은 시간이었다. 그림1의 상단에 보인 광경을 이미 작년 여름에 보았던 나는 그 후 근 일년이 너무 길었다. 정치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나는 골이 돌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발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림에 보이는 ‘영업상무’라는 것을 창안하여 밀고 있다. 공기주입 형 홍보 제품이다. 골을 식히기 위해서라도 나는 정치 아닌 것에 시간을 써야 한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골몰하고부터 기력이 더욱 좋아졌다. 뭐 그렇다고 박정희 대통령님 대변인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 심상근/그림3. 한국의 제2경제부흥은 과학기술을 1등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브레이크뉴스

 
나는 한국의 정치를 천 년이 넘는 사색당파 굿으로밖에 안 본다. 이 면에서 나는 박정희와 완전 동감이다. 그래서 박정희는 한강 다리를 건넜고 독재로서 정쟁을 강제로 중단시키고 경제부흥1을 완수하였다. 나는 경제부흥2를 ‘과학기술을 세계 1등 수준으로 올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머지는 헛 굿이다. 이에는 장인정신이 필수이다. 국가와 사회가 침잠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이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바람이다. 우물에서 숭늉 찾기보다 더 비현실적인 꿈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너무 바라지도 말고 속도 썩지 말자는 생각이다. 그냥, 한국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나의 평생의 꿈을 접으면 된다. 아니면 나는 다시 아파지고 체중을 왕창 잃을지도 모른다. 만 72세에 그 것은 너무 위험하다.

아버지 어머니의 애국심과 레거시를 계승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은 측근들의 반복된 배신으로 곤경에 거듭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 세대들은 아직도 박근혜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기적이고 탐욕에 가득 찬 정치인들과 그들은 아주 다르다. 그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변함없는 정치적 자산이고, 쓰나미 같이 밀어닥치는 고난 곳에서도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sheem_sk@naver.com

*필자/심상근, 미 버클리대 박사.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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