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조직력·기동력·팀워크 강화로 다시 태어나라

러시아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축구는 과거로 퇴행했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6/25 [09:21]

한국축구, 조직력·기동력·팀워크 강화로 다시 태어나라

러시아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축구는 과거로 퇴행했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6/25 [09:21]

 

▲이계홍 칼럼니스트

필자가 스포츠 담당 기자로 활약하던 80년대만 해도 일본 축구는 한국 축구에 시쳇말로 쪽쓰지 못했다.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마늘 먹고 고추 먹은 우리 선수의 투지와 뚝심과 정신력을 일본선수들이 따르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 축구는 한국 축구의 2진으로 평가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2018 모스크바 월드컵 축구에선 일본은 화려하게 떠오른 반면, 우리 축구는 초라하게 추락하고 있다. 옛날의 투지, 뚝심, 정신력이라는 전통은 물론, 2002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동력, 조직력, 팀워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서구 축구가 지향하는 기술, 체력까지 갖추었던 장점을 이번에는 다 까먹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세네갈과 22로 비기고, 이에 앞서 콜롬비아에 10으로 이겨 16강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우리는 스웨덴에 01로 지고, 멕시코에 12로 져 타력에 의해 16강 진출 희망을 갖고 있지만, 세계 랭킹 1위 독일과 마지막 경기를 해야 하니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바늘귀를 통과하는 희망을 소망하며 한국 축구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대 스웨덴 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너무 무력했다. 상대가 강팀이 아닌데도 스피드, 조직력, 팀워크, 전략 등이 부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축구를 보는 인상이었다. 미드필더들은 공격할 의사가 없는 듯이 무기력하고, 미드필더가 무력하니 양 윙이 손을 놓아 상대방 문전에 한번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다. 손흥민은 잘하는데 미드필더들이 못따라 줘서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볼 결정력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골 결정력은 특출한 개인기에서 나오지만,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서도 찾아진다.

 

대 멕시코 전에서는 스웨덴에서보다 나았다. 그러나 전반전 초반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장현수가 터무니없이 핸드볼 반칙을 범해 상대팀에 페널티킥을 안겨준 것이다. 우리가 선제골을 얻으면 사기가 올라서 더잘 할 수 있을텐데 하찮은 실수 하나로 골을 먹은 다음 질질 끌려다니다 무너지고 말았다.

 

장현수는 라인 컨트롤, 투지 등 멀티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그러나 매 경기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핸드볼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도 그런 범주의 하나라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장현수는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전에서 클리어링 미스(자기 진영 골 가까이에서 볼을 멀리 차내 혼전 또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를 범했는데, 이후 금년 대 자메이카전 헤딩 클리어링 미스, 3월 폴란드, 북아일랜드전 헤딩 클리어링 미스, 지난 18일 스웨덴전 클리어링 미스, 이번 멕시코전에선 태클 미스 등 셀 수 없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도를 알 수 없는 패스미스, 태클미스로 위기를 자초해 그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몰고 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 대 멕시코 전에선 주심의 편파적인 판정도 문제가 있었다. 후반전 우리측 라인에서 멕시코 선수가 기성용 선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완벽한 파울을 범했음에도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아 그것이 결국 한 꼴 먹는 불운을 가져왔다. 이때 선수들이 항의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대로 수용하고 넘어갔다. 상대 팀 선수들이었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것이다.

 

또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스스로 넘어지는 멕시코 선수를 과도한 신사도를 발휘해 상대 선수를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이승우의 과공비례도 문제삼을 만했다. 저들이 과도하게 엄살을 피우고 넘어진 것을 미안하다며 일으켜 세워주면 정말로 우리 선수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이것은 아량과 신사도와는 개념이 다르다. 상대 선수의 부도덕을 비호해준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상대 선수에게 거칠게 훈계(?)해주는 게 예의다. 그래서 그라운드 매너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다시 반복하지만, 이 게임에서 주심은 장현수의 어정쩡한 핸드볼 반칙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대신 멕시코 문전에서 혼전 중 멕시코 선수의 팔에 볼이 맞았으나 핸드볼 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도 즉각 어필했어야 했다. 이런 경기운영의 미숙도 패배를 가져온 원인중 하나였다고 본다.

 

그렇다고 주심의 편파판정이 우리 선수들의 기량 부족을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부족한 것에 비해 대 멕시코전에선 잘 싸웠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인기 부족, 스피드 부족을 조직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즉 기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패스된 볼을 잘 차기 위해 한번 바르게 잡아 패스하려는 순간, 상대 선수는 벌써 수비 대오를 갖춘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 골문 앞에서 약간의 찬스가 와도 슛을 하지 않고 완벽한 찬스를 만들기 위해 뭉그적거린다. 그 사이 상대 진영은 벌써 수비진용을 갖춘다. 이러니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자신없으니 책임회피하려고 뭉그적거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논스톱 패스를 익히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기동력을 살려야 한다. 이것은 2002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접목시킨 전술이다. 우리만의 축구 컬러가 이미 이때 완성되었다. 체격과 체력이 달리는데 골 결정력까지 부족하니 판판이 깨지는 것이고, 이것을 만회한 것이 히딩크식 한국 축구다. 이 전술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국 축구의 빈약한 인재풀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히딩크 시절의 대표팀 구성을 보면 그런 문제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감독의 좁은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시한번 히딩크 같은 지도자를 데려올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때 그를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외면한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파벌주의와 이기주의가 결국 일본에게 아시아 맹주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길게 내다보고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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