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경영·노동 누구도 만족 못하는 ‘돈의 늪’ 빠졌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14 [22:49]

최저임금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경영·노동 누구도 만족 못하는 ‘돈의 늪’ 빠졌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14 [22:49]

최저임금’으로 인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첨예하다. 노동계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급 1만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경영계가 경기 악화와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시급 1만원을 목표로 지난해 최대 폭으로 최저시급 올렸지만 경영계·노동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갈등만 커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최저한 생계 지키는 최저임금…2020년 까지 1만원 목표 
경기회복 부진에 반발 경영계…인상 폭 높이려는 노동계 
최저임금 여파 도·소매업 급감…단순노무 月3000명 퇴출 
일자리 감소 구조적 요인…당분간 고용부진 지속 가능성  

 

▲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최저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단 국가가 아닌 고용인의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복지 정책보다는 시장 규제에 가깝다. 경제학적 의미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가격에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최저임금이란?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제도는 대한민국 헌법 32조에 의거한 최저임금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있으며 2018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매년 8월5일까지 그 다음 해에 시행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는데, 근로자위원 + 사용자위원 + 공익위원 각각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과반수인 14명 이상의 찬성 필요)하고 이를 공포하게 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매년 최저임금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되는 경우가 잦다.  


재계 측에서는 최저임금 소폭 인상 혹은 동결, 심지어 10% 인하까지 요구할 때가 있고,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30~50%씩 인상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양측이 볼때는 서로 한쪽은 지나치게 낮게, 한쪽은 지나치게 높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에 대한 팽팽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양측을 조율하는 것은 공익위원들이다. 결국 최저임금 수준을 투표로 결정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공익위원들인 셈.  


하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공익위원을 전적으로 정부에서 추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서 추천 위원의 성향이 뒤바뀌는 맹점도 존재한다. 


노동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도 커다란 맹점들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위원은 양대노총에서 전적으로 추천하는 형태인데, 대부분의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시 될 수 있다.


그래서 전체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이 20%가 되지 않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조직률은 2%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잘 대변하지 못하는 양대노총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양대노총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한 제 10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가운데, 민주노총 측에서 2석을 여성, 청년 대표 의석으로 할당했고, 한국노총 측에서 1석을 비정규 대표 의석으로 할당하여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2018년에 임명된 제 11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중에서는 여성 대표 의석이 사라져 내부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용자위원 측도 노동자위원들과 같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전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총,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가 위원을 추천했지만 경총, 전경련의 경우는 대기업집단의 연합회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업장이 아니며,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추천된 인사를 보면 최저임금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업장과는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을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업장은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의석은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아 직접적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치열한 결정과정을 지닌 최저임금은 도입 초기 갑작스러운 적용은 자영업자 등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유로, 낮은 수준에서 시작하여 그 증가폭을 크게 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현실화를 목표로 한 바 있다. 


최저임금은 경제 위기 또는 호황 등의 요인에 상승률이 크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80년대후반~9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IMF 극복기와 2007년 경기 과열양상 때에 상승률이 높고, IMF와 2008년 경제공황 이후 1~2년간의 상승폭이 가장 적다.  


2018년의 높은 상승률은 경기 하락세와 무관하게 순전히 정부 정책에 의한 예외 사항이며, 2020년 1만원 시대 공약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 이상의 상승률이 이어져야 하는데 과연 유지가 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다만 최저임금은 친 기업적 성향을 지난 보수 정부 9년간은 공약과 역행해 낮은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1년(16.6%) 이래 가장 큰 폭의 인상이 이뤄졌고,(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60원, 16.4% 인상) 이 추세라면 2020년까지 1만 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최저임금 위원회는 매해 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치열한 대립이 벌어진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최저임금법 개정안 


그러나 지난 5월25일 새벽, 국회 환노위에서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논란을 줬다. 이 법안에 주 내용은 상여금 , 현금으로 따로 주는 근로자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의 산정액에 포함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양대노총을 주축으로, 정치권 대한민국 국회 원내정당에서는 평화와 정의의 모임이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이 사퇴했고 특히 민주노총은 투쟁모드에 돌입했다.


비판의 가장 큰 이유는, 통상임금을 피하기 위해 지급하였던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산입하겠다는 것. 사실상 최저시급의 급격한 인상으로 촉발되었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합법화 라는 주장이 주요 골자다. 즉, 지난 2019년부터 기본급의 25%를 초과한 상여금, 기본급의 7%를 초과한 복리후생이 산입범위에 포함되는데 매년 상여금 기준 점진적으로 15%씩 산입범위를 매년 확대하여 최종적으로 2024년 기준으로 산입범위를 전액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공약으로 내세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존재하는데, 위 법안대로 매해 해당 법안개정이 적용될 경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률이 15.2%를 인상하여야 하나, 위 법안으로 인해 매년 임금의 삭감폭이 12.7%라는 점이다.  


이를 역산할 경우 실제 인상폭은 0.5696%으로 사실상 동결. 물론 최저임금 인상폭이 상기한 조건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도 불투명하기에 실질적으론 최저임금을 삭감한다는 비판도 나온 것이다.


게다가 반대로 기존에 복리후생 및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던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도 산입범위 확대의 혜택을 못누린다. 


만약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기본급의 과반이상이 특근/연장/상여금으로 점철된 비정상적인 페이구조를 지닌 정규직 생산직 공장 노동자의 경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에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게 최저임금으로 연봉 3~4000 이상을 찍는 반발하는 이들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 빈축을 샀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 “최저임금제는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임금의 최저 선을 쳐 놓은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한 “각종 수단 명목으로 실제로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기본급이 최저임금 이하라고 해서 최저임금제의 혜택을 다 받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며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법 개정 전보다 덜 받게 되는 노동자들이 21만명 생긴다고 한다”며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는 조합원들에게 기대이익이 안 오면 비판하고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유 작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은 두번째 그룹으로 예컨대 최저임금이 내년에 30만원 오르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그대로 받고 인상분도 받던 게 법이 개정되면 일부가 산입돼 10만원 밖에 더 못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30만원 정도의 월급 인상을 기대했던 분들이 법을 고쳐 9~10만원 밖에 안 된다고 계산서에 나오니까 서운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두번째 범주 노동자들의 급여를 인상시켜주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인가, 그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딜레마 


문제는 취업자 수가 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자리 증가를 방해하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경기 둔화, 인구 감소,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구조적 3중고’로 꼽으며 당분간 고용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7월11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고용 쇼크의 배경에는 제조업 취업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2월(1만4000명)과 3월(1만5000명)에는 1만명대를 기록했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4월(-6만8000명), 5월(-7만9000명), 6월(-12만6000명)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구조조정 여파가 있었던 자동차, 조선 분야를 제외하고도 의복제조업, 기타제품제조업(간판, 광고물) 등 제조업 전반에서 취업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선행지표인 제조업 생산 부진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 2월(-7.8%)과 3월(-4.3%)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월(0.6%)과 5월(0.8%)엔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증가폭이 미미해 고용 개선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적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도 국내 일자리 여건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 고용은 수출 경기와 직결되는데 올해 상반기 수출 주력품목 13개 중 반도체, 컴퓨터 등 6개 품목만 수출이 증가하고, 철강, 자동차 등 7개 품목은 감소했다”면서 “수출 실적 양극화가 심해 제조업에서 고용이 크게 개선되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인구 변화는 정부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 구조적 요인이다. 올해 824만2000명인 학령인구(6~21세)가 10년 뒤인 2028년에는 693만3000명으로 130만명가량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인구 변화는 수요 측면에서도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교육서비스업 취업자 감소가 대표적이다.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11월(-2,000명)부터 올 6월(-10만7000명)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최근 3개월은 10만명 내외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학령인구는 잠재적 주택 구입자이기 때문에 이 계층 인구가 줄면 건설산업이 부진해지면서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부인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많은 업종에서 취업자가 꾸준히 줄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근거다. 도매 및 소매업은 지난해 12월(-7000명)부터 올 6월(-3만1000명)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소부, 경비원, 가사도우미 등이 포함된 단순노무종사자 취업자 수도 지난 6개월 간 월평균 3000명가량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연쇄적인 고용 위축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경제학 전문가는 “최저임금이 높이 올랐다고 여기는 사용자들이 내년에도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고용을 쉽사리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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