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일본총리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무한 책임"

‘아시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주제로 특강...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무대 깜짝 등장, 축하해

배종태 기자 | 기사입력 2018/10/02 [18:27]

하토야마 전 일본총리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무한 책임"

‘아시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주제로 특강...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무대 깜짝 등장, 축하해

배종태 기자 | 입력 : 2018/10/02 [18:27]

 

▲ 2일 부산대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 하토야마 유키오(72세) 전 총리는 “일본은 과거 전쟁으로 한국 국민에게 많은 고통과 상처를 줬다”며 “전쟁으로 상처 받은 분들이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무한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한다”라며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2일 오후 부산대는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일본의 제93대 총리인 하토야마 전 총리의 정치활동 업적과 동북아 공동발전을 위한 노력을 인정해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시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자리에는 전호환 총장을 비롯해 김기섭 등 전임 총장단, 김형오, 정의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허남식 전 부산시장,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및 강병중, 신정택 전 상의회장, 유재수 부산시경제부시장, 박인영 시의회 의장, 오세복 부산교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박종호 총동문회장 및 주요 인사와 부산대 학생 및 교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전호환 총장은 축사를 통해 “하토야마 전 총리의 정치 신념과 공동체 번영을 위한 훌륭한 정치활동 업적을 인정해, 국적을 넘어, 시대와 역사를 뛰어넘어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게 됐다”면서 “정치 및 외교 분야에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분으로서, 한일 우호 교류 증진뿐만 아니라 향후 동아시아 번영을 향한, 양국의 도약에 힘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하토야마 총리는 “전직 국회의장님들도 함께 하신 영예로운 자리에서 믿을 수 없는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며 “이 영예로운 학위에 어울릴만한 인물인지 저 스스로 의문스럽지만, 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학위를 받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학위수여식에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89) 할머니가 무대에 깜짝 등장해 하토야마 총리의 두 손을 붙잡고 감사와 축하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내가 편지도 쓰고 했었는데, 이 분만은 약속을 지켜줬다”며 “수년 전 서울 서대문 형무소 앞에 갔더니, 사죄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이런 분이 또 어디 있나’ 싶었는데, 일본 사람들 중에 으뜸 중 으뜸”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 하토야마 전 총리에 대한 부산대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축하 화환을  전달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 하토야마 전 총리 명예정치학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무대에 깜짝 등장 축하의 말을 전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이어 하토야마 전 총리는 특강을 통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위안부를 재검토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은 옳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천황이 한국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천황의 조상이 백제 왕가의 피가 섞인 자손이라고 용기 있게 발표 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했을 때 천황이 사죄를 표시한 것처럼, 이같은 자세로 사죄를 하면 된다”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간 위안부 문제는 2015년 당시 미국의 압력에 의해 합의된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한번 사죄를 했지만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이라고 했고, 이에 한국정부가 동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위안부 협정이 맺어질 때부터, 한국 국민들이 반발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도발적인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철도 연결과 종전선언에 대해 언론이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에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간 철도 연결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한반도가 평화롭게 되는 것이고, 이에 대해 부정적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 하토야마 전 총리가‘아시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에서 바라 본 동북아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유럽의 EU와 같은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중과 아세안 10개국, 오세아니아 등 16개국이 경제공동체에 대해 논의하고, 조속히 종결시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동아시아는 ‘화합’과 ‘우애’를 존중하고, 중시하는 문화 등으로 보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북한의 정세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평화 구축을 위한 동아시아 접근법을 주장했다. 그는 ”독립.자립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군대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점진적으로 타국의 군대를 철수시키고, 보다 독립적인 국가로 지향해 나가며, 자국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도록, 진정한 평화로운 지역으로 만들어 나갈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외에도 하토야마 전 총리는 미-일, 중-일, 러-일, 북-일 등의 외교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일본은 전 후,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로 헌법을 유지해 왔으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아베 정권의 외교적 정책 방향은 잘못되어 가고 있다”라며 “미국에 종속되어 가는 방향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중국 다음으로 타켓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북한과 중국이 평화로운 국가로 되어 가면, 미군 기지가 많은 일본으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라며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를 예로 들면서 비판했다.

 

▲ 우측 두번째 이용수 할머니가 하토야마 일본 전 총리 학위 수여를 축하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한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학위수여식에 앞서 남구 UN기념공원과 2001년 일본의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구하다 숨진 의인 故 이수현 씨가 안치된 영락공원을 찾아 추모했으며, 부산대에서 한국 언론들과의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최근의 남-북, 북-미정상회담 및 북-일정상회담 전망,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와 일본 정부의 대외정책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날 3일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전호환 총장 등 일행들과 경남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찾아 위로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47년 출생, 도쿄대(1969) 졸업, 스탠포드 대학 박사(1976), 일본 93대 총리(2009) 등을 엮임 했다, 그는 조부와 부친, 형제 등 다수의 가족이 총리와 장관, 중의원 의장 및 참의원을 지낸 일본의 정치명문가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으로, 혁신과 개혁, 통합과 공존번영이라는 미래지향적 리더쉽과 이념으로 일본의 변화와 현실 정치 개혁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하토야마 전 총리, 전호환 총장, 김형오, 정의화, 정세균 전 국회의장, 허남식 전 부산시장, 강병준 전 상의 회장, 유재수 부시장, 이용수 할머니, 장제국(동서대) 총장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그는 2014년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고, 2015년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추모비 앞에서 무릎 끓고 사죄를 하기도 했다. 또 일본 정부가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한.중.일 FTA 체결과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성, 캠퍼스아시아 구축을 통한 한.중.일 대학간 수업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며, 교류협력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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