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안철수 러브콜’ 날리는 내막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14 [19:41]

보수야당, ‘안철수 러브콜’ 날리는 내막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14 [19:41]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의사 안철수’ 효과 덕분에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율이 쑥 솟았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정의당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를 많이 내기 위해 만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안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날렸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더 큰 통합을 이루자”며 “당대표직을 넘겨줄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띄웠지만 안 대표는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반문재인 전선’의 불쏘시개 효과를 노린 보수야당의 안 대표를 향한 구애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당장은 “중도의 길을 갈 것”이라며 ‘마이 웨이’를 선언했지만 그의 거취에 따라 향후 야권의 정계개편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선교 “더 큰 통합 이루자…당대표 넘겨줄 수도” 
안철수 “실용적 중도의 길 가겠다”며 단칼에 거절 

 

보수야당이 끈질기게 ‘안철수 러브콜’을 날리고 있다. 미래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간판 역할을 하는 한선교 대표가 안 대표를 향해 구애 공세를 펼쳤다가 단칼에 잘려 머쓱해졌지만 ‘러브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10일 한선교 대표가 “곧 대구로 내려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끌었다. 

 

한선교 “빨리 살림 합칩시다” 


한 대표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안 대표가 원한다면 통합된 당의 공동대표로 일하거나 아예 대표 자리를 넘겨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도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중도는 결국 중도좌파냐 중도우파냐가 정해져 있는 중도”라며 “중도우파도 우파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중간에 옮겨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함께해야 될 세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안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고 공개하면서 “안 대표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정당 후보만 내겠다고 선언하고는 2~3일 뒤 대구로 내려갔다. 그래서 한 번 만나려고 했는데,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계시는데 내가 가면 모양이 얼마나 안 좋겠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하지만 안 대표와 통화가 안됐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계속 ‘만남을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상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미래한국당 일이기 때문에 황 대표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내 길 가겠다” 


안철수 대표는 한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일단 손사래를 쳤다. 


안 대표는 3월11일 김도식 비서실장을 통해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대구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면서 “나는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일축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선교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하고 한바탕 꿈을 꾸었나. 아니면 뭘 잘못 먹었나”라며 “안 대표는 이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은 없고 중도실용정치의 역량을 지키겠다는 결단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약속드렸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스토킹에 불과할 뿐”이라며 “한 대표는 이 시국에 사투를 벌이며 의료봉사를 하는 현장을 어지럽히지 말라. 대구와 경북 시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정치인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거의 통합당으로 나와서 공천도 받으셨고, 남은 본체는 안 대표와 비례 준비하는 정당”이라며 “비례정당은 같은 형태로 연결고리가 있다고 이전부터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도 영역까지 온전한 통합을 이루려면 안 대표의 국민의당도 필요하다는 뜻에서 미래한국당이 비례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과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안 대표가 표방하는 실용적 중도에서 실용적인 것은 어디다 붙어도 좋은 것 아닌가.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모두 맞다. 본인은 중도실용의 길을 가겠다고 말씀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락 오면 당장이라도 내려갈 것이다”라고 했다. 

 

박지원 “安 보수로 가는 수순” 


그러나 여의도 사정에 밝아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보수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한선교 대표가 대구로 가서 만나면 타협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그 길이 안 대표가 보수에서 대통령 후보로 성큼 다가가는 길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3월1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는 비례한국당 대표이기 때문에 완전한 친박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 흘리면서 국회에서도 연설하신 분인데 현재 친박·친이도 공천에서 많이 배제됐다.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박 공천이) 배려가 더 될 것”이라며 “안 대표는 현재 경쟁 상대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로 보기 때문에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친박 세력을 당내 지지기반으로 삼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게 본다”고 답하면서 “안 대표는 보수로 가서 대통령 후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저는 황교안과 척을 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박지원표 분석’에 질색을 했다. 박 의원의 발언 직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박 의원을 향해 “공작 정치가다운 발상” “날로 희미해지는 존재감을 키우려나” 등 원색적인 비판을 퍼부었다. 


장지훈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3월11일 공식 논평을 통해 “안 대표가 보수에서 대통령 후보로 갈 수 있는 길로 성큼 다가간다는 박 의원의 발언은 사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 말”이라고 발끈하면서 “우리 당과 안 대표는 중도적 실용정치의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 그럼에도 본인의 상상력을 가미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이유는 안 대표를 기반 삼아 정치인이 아닌 전문 방송인의 길로 성큼 다가가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식 당대표 비서실장도 언론 공지를 통해 “황당한 소설”이라며 “국민들께 이 소설과 거리를 두시길 권해드린다”는 반응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 “물밑 접촉을 운운하는 것은 공작 정치의 대가 다운 발상”이라며 “더 이상 정치권이 오염되지 않도록 자정작용이 필요해 보인다. 거짓예언을 일삼는 분은 퇴출돼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렇듯 안 대표와 국민의당 측은 한 대표의 합당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미래한국당 본진인 미래통합당은 이전부터 안 대표를 향해 여러 차례 ‘구애 공세’를 편 바 있다.


황교안 대표가 ‘중도·보수 빅텐트’ 구상을 내놨을 때도 안 대표는 통합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안철수계로 꼽히는 다수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으로 건너가 ‘공천장’을 따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최근 안 대표의 의료봉사에 대해 “감명 받았다”며 극찬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치분석가들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 통합 제안 자체가 야권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안철수 대표를 향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러브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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