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떠안은 짐 너무 크다, '선거 전이었다면'''끔찍하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 출범식 "가해자 엄벌하고 2차 가해 중단" 촉구

배종태 기자 | 기사입력 2020/06/10 [07:11]

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떠안은 짐 너무 크다, '선거 전이었다면'''끔찍하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 출범식 "가해자 엄벌하고 2차 가해 중단" 촉구

배종태 기자 | 입력 : 2020/06/10 [07:11]

 

▲전국 290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3차 입장문을 공개하고 있다.© 배종태 기자

 

 "지금도 이렇게 욕을 듣는데 선거 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하다"

 

전국 290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 씨의 3차 추가 입장문을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너무나 크다"면서 "이번 사건은 '아쉽다', '고맙다' 등의 평을 들을 일이 아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이며,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라고 바램을 전했다.

 

A 씨는 "더 바라도 된다면 지난 2달여간 지켜본 블랙코미디 같은 일들이 이 사회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고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저는 이번 사건이 기존의 미투 운동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공방의 여지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간다"면서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 커녕 병원비 지원 등과 같은 최소한의 부탁도 모두 확답받지 못한 채 혼자 멍하게 누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라고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을 나타냈다.

 

A 씨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도 참 이상하다"라며 "한쪽에서는 고맙다며 잔 다르크로 추앙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선거 전에 밝히지 않았냐며 저를 욕한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가도 한편으로는 선거 후에 밝혀진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다. 지금도 이렇게 욕을 듣는데 '선거 전이었다면 어땠을지 끔찍하다'"라고 당혹스런 심정을 토로했다.

 

▲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출범식을 열고 여성단체 대표들이 차례로 ▲정치권 성폭력 근절 대책 촉구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규탄 ▲부산시의 구조적 개혁 촉구 ▲피해지원기관 안전보장 요구 ▲언론의 2차가해 규탄 ▲피해자 입장문 등을 발표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A 씨는 이어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면서 "사퇴 시기와 연관 지어 제게 무슨 음모가 있었다고 의심하시는 듯한데, 오 전 시장이 총선 일주일 전 저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제가 제일 궁금하다"라고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했다.


A 씨는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너무나 크다"며 "많이 무섭고 또 부담스럽지만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믿고 하나하나 헤쳐 가려 한다. 대다수가 분노하는 그 지점에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의견을 같이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치료받고 보란듯이 씩씩하게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공대위)는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를 엄벌하고 2차 가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 출범식은 ▲정치권 성폭력 근절 대책 촉구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규탄 ▲부산시의 구조적 개혁 촉구 ▲피해지원기관 안전보장 요구 ▲언론의 2차가해 규탄 ▲피해자 입장문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공대위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의 일상 복귀 및 치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나아가 성평등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제도 개혁과 정치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대위는 ▲가해자 오거돈과 2차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 ▲반복되는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각 정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 ▲각 정당은 소속 정치인에 대한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부산시는 피해자와 여성들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라 ▲부산시는 성평등 구조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정부는 피해자지원기관의 안전을 보장하라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부산시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에서, 부산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부산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며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고 책임지는 자세로 사죄한다던 가해자 오거돈은 사퇴 이후 잠적하였고,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국 290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이어 "책임지는 자세로 사퇴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빠져나갈 궁리에만 급급하고, 가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이중적인 자아 형태에서 나온 범행’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면서 "법원은 어처구니없게도 이러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시민들을 더욱 실망과 분노에 빠뜨렸다. 이에 우리는 가해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공대위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공대위는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은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라며 "반복된 정치권 성폭력은 정치권이 미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히 가해자 제명만으로 그 책임을 축소하고 있으며, 미래통합당 등 일부 정당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피해자와 지원기관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면서 "각 당은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 하고, 또한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피해자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 및 지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부산시에 대해서도 성평등한 조직 문화 개혁을 촉구했다. "이제까지 부산시는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여 왔다"며 "부산시는 피해자의 일상 복귀와 치유에 대한 노력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 조직문화를 성찰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아직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왔던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로부터 회복하여 일상을 살아가겠다는 피해 생존자의 의지와 바람을 무시한다"면서 "성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모든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는 당연한 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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