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0407] 부산보선 승리 키워드, '정체성이냐 정책이냐'

싸움닭 이미지로는 넘버3 밖에 안돼...넘버1이 되려면 '대의'와 '명분'에 연결돼야...

칼럼니스트 정하룡 | 기사입력 2021/03/08 [12:31]

[응답하라 0407] 부산보선 승리 키워드, '정체성이냐 정책이냐'

싸움닭 이미지로는 넘버3 밖에 안돼...넘버1이 되려면 '대의'와 '명분'에 연결돼야...

칼럼니스트 정하룡 | 입력 : 2021/03/08 [12:31]

 

▲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결과 발표대회가 열린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김영춘(왼쪽)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낙연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 칼럼니스트 정하룡

 

3월 둘째 주 첫날 8일 월요일이 시작되면서 '응답하라 0407' 정치칼럼시리즈 주요 대진표가 확정된 셈이다. 슈퍼위크로 불린 지난 주(3월2일~5일), 여야와 제3섹터 등 각 진영의 경선 결과가 확정 발표됐다.

 

국민의힘은 4일 서울은 오세훈 후보를, 부산에는 박형준 후보를 내세웠다. 두 후보 합리적 개혁성향과 중도확장성을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1일 서울시장 후보로 박영선 전 장관을 선출했고 부산시장 후보는 6일 오후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으로 결정했다.

 

3월8일 오늘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경선 결과를 두고 몇가지 짚어본다.


정체성이 먼저냐, 정책이 우선이냐.


먼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의 각 후보마다 이 지점에서 약간의 결이 다르다.

 

김영춘 후보는 지난 6일 오후 민주당 부산시당 당사에서 이낙연 당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발표한 후보자 경선결과 수락연설에서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부산의 운명을 확실하게 바꾸겠다"며 "이번 보선은 민주당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만큼 피해자분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크게 고개를 숙여 사죄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후보는 이 수락연설에서 이번 부산 보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정확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잘못했고, 부산시장이 잘못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민주당 부산보선 후보선출 경선과정에서 '당심이 민심이다'는 말이 회자됐다. 김 후보는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76.14%를 얻어 각각 17.29%, 6.57%에 그친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김영춘 후보가 66.23%(전체67.74%)를 얻어 당원의 표심과 부산의 민심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김 전 사무총장 압승을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이번 부산시장 보선의 성격규정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사실 여기에서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여하튼 부산 민주당 내 경선과정을 보면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조직사업(?)'에 주력하는 듯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치신인에게는 가산점도 플러스된다. 여기에 서울시의원을 지냈고, 지난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조규영, 변 대행의 부인까지 자원봉사로 가세해 총력전을 펼쳤다.

 

또 변 전 대행은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2%로 시작해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대통령이 되셨다. 그 감동과 기적을 이번 부산에서 다시 되살려야 한다"며 '노무현의 정체성'을 소환했다. 변 전 대행은 노무현 정권 시절 대통령 의전행정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친필 자료와 사진들도 공개했다. 실제 노무현재단 부산지역 사람들도 '변 캠프'에 많이 참여했다.

 

하지만 '정체성의 결'이 김영춘 후보와는 많이 달랐다. 한 마디로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후문이다. 변 후보 캠프의 구성원(?)들의 이런 저런 면모를 살펴보면 짐작이 간다. 현 상황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서 시작됐음을 외면한 것이다. '노무현의 감동'을 소환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감동의 '정체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평이다.

 

한편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은 민주당이 부산에서 이룬 성과를 부각시키면서, 상대 당에 각을 세우는 네가티브전략을 펼쳤다. 가덕신공항, 부산신항, 북항재개발, 문현금융단지 사업의 공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동시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안티를 거는 방식이다.

 

"20년 전부터 부산의 미래를 정확히 그린 노무현 대통령의 혜안에 놀란다"며 "이명박, 박근혜 시절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이 일들을 절차대로 뚜벅뚜벅 다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치밀함에 감탄한다"고 박 전 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전전을 펼쳤다.

 

두 후보가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어필하는 방식과 다르게 국민의힘을 향한 네가티브전략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친노·친문의 표심을 얻고, 민주당원들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였으나 '잘못짚었다'는 결론이 났다.

 

이번 경선 기간동안 박 후보가 쌓은 '정체성'은 '맹렬한 싸움닭'이라는 이미지만 남겼을 것이다. 물론 '이너써클' 안에서야 '끼리끼리'정치를 계속하겠지만, 여성과 신인이라는 매우 유리한 프리미엄을 안고도 10%도 안되는 표심은 향후 그의 정치행보에 두고두고 뼈아픈 지점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번 '응답하라 0407' 부산보선 여야 후보경선의 재미난 특징 몇가지. 
 

1 넘버3가 되려면 '싸움닭'이미지를 펼쳐라.

 

2 행정가, 전문성, 실력이 있으면 어딜 가도 2위는 한다.

 

3 넘버1은 '대의명분'과 연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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