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 ”DJ의 후계자로 떴다”

정 대표, 지자체 공천권-이명박 레임덕으로 정치입지 강화예상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09/10/30 [10:56]

정세균 민주당 대표 ”DJ의 후계자로 떴다”

정 대표, 지자체 공천권-이명박 레임덕으로 정치입지 강화예상

문일석 발행인 | 입력 : 2009/10/30 [10:56]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는 말로 절박한 정치적 심정을 대변했다.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며 죽을 각오로 전쟁에 나간다”는 말이다. 그는 '정치적 검투사'로 대여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지난 10.28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세 곳(경기 수원-장안, 경기 안산-승록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한나라당이 두 곳( 강원 강릉, 경남 양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에는 이찬열-김영환-정범구, 세 명의 새 의원이 탄생했다. 민주당의 경우, 이 선거 결과에서 승리자는 세 의원이지만, 최고 승리자는 민주당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결과에 따라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이는 '온건투사형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정세균 대표라고 말할 수 있다. 정 대표는 10.28 재보궐 선거로 인해, 일약 차기 대선 예비 주자 반열에 확실하게 올랐다고 평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직후 민주당 당내에서는 그 후계업무를 이어받은 자로 정세균 대표가 거론되자 그 반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10.28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정 대표의 리더십이 성공했다는 게 입증됐고, 다가오는 지자체선거와 대선에서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상문 기자
선거 승리 이후, 정세균 대표는 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민주당 의원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당선자들이 와 계신다. 후보들이 제일 열심히 뛰었지만 의원님들도 후보를 당선시킨 공에 대해 큰 박수를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말하고 “국민여러분께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시고 민주당에 기대와 신뢰를 주신데  우리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진심으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노력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승리의 공을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돌렸다. 아주 겸손한 발언이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29일 제52차 고위정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재보궐 선거 결과를 총평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평가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을 표방하지만 그야말로 이벤트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국민이 표로 심판한 선거였다. 국감기간을 통해 드러난 중요한 쟁점 예컨대 4대강 문제, 세종시 문제, 효성 비자금 문제, 정운찬 총리 문제 등 모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한 것에 대한 평가이고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검찰의 과잉수사, 정치보복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하게 서거하셨는데 이 정부는 오만하게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지난 1월 20일에 발생한 용산참사도 무려 9개월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 차례도 사과한 적도 없고, 지금까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부에 대한 평가였고, 심판이었다.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는 4대강 강바람이 굉장히 거셌다. 이번 수도권 선거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선거 총평 결과는 “국민의 심판”이었다.

선거결과 총평에서 “국민심판론”을 말하고 있지만, 가장 득을 많이 본 정치인은 정세균 대표라 할 수 있다. 그가 당대표를 맡은 이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사건이 발생했다. 정치력의 거대한 공백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정 대표는 이 공백을 무리 없이 지켜냈다. 또한 당내 결속을 이끌어 냈다. 이번의 재보궐 선거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내게 했다. 재보궐 선거에서 패했다면 문책론이 등장, 그의 리더십은 풍전등화였을 것. 이제, 정 대표는 민주당, 즉 야당의 차기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잠룡 대열에 당당히 입성했다. 정 대표는 향후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밟고 계속 상승하는 정치인 자리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박지원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이라며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라고 말했다는 것을 빌미로 '정세균=김대중 후계자론'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동교동 일부인사들의 반발도 노골화 됐었다. 현 상태에서보면 정 대표가 야권의 강한 정치리더로 안착,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거로 온 정치공백을 잘 요리해주고 있다. dj 사후, 그의 다자 후계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세균 대표 역시 dj후계자 중의 한명에  이미 오른 것. 그의 향후 입지는 더욱 강화될 여지가 많다. 내년 지자체 공천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막강한 파워를 한 손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쯤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찾아 올수 있어서이다. 이런 시기에 정 대표는 이미 이명박 정권의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있는듯하다.
 
이명박 정권의 취약점 간파
 
정세균 대표는 10.28 재보선의 막바지인 지난 10월 27일에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대표가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가 이 회견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은 각오로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는 말이 있다.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며 죽을 각오로 전쟁에 나간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검투사를 자처했다.
정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국민에게 종아리를 걷어야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이 일방독주하고 국론은 분열되어 혼란이 야기되는 것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고 있다.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이고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다. 일자리를 전혀 만들지 못하는 일자리의 재앙은 이 정권 20개월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여기에 대한 심판이 꼭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20개월 국정운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종아리를 걷고 이제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변경해야한다”고 전제하고 “투표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면 이명박 정권의 정책기조가 달라진다. 그런데 많은 분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투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재보선은 모두 투표에 참가해 줘야한다. 선거하면 뭐하냐. 말만 이럭저럭 하면서 실제로 선거 끝나면 바뀌는 것도 없다고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듣지만 이번에 투표하면 반드시 달라지고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달라질 것 몇 가지를 예시하면 첫째,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못한다. 둘째, 특권경제 부자감세를 더 이상 고집하지 못한다. 세 번째 김제동, 손석희는 쫓아냈지만 김미화는 쫓아내지 못한다. 네 번째 대통령 사돈게이트를 더 이상 감추지 못 한다 등등 많은 변화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사안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을 언급했다. 정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했다. 나는 이기는 길과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기는 길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며 욕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었다. 저는 금년에 서거한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대통령을 생각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깨어있는 시민으로 태어나야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행동하는 양심으로 투표장에 나가, 노무현 대통령에 말씀하신 깨어있는 시민으로 민주당에 투표해 달라.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으로 행동하면 민주당이 승리하고 그것은 바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면서 이 정권의 주요정책기조를 바꾸는 중차대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다. 만약 두 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억울해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했다면 꼭 투표해달라는 당부를 드린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특권경제를 끝장내려면 이번에 꼭 투표장에 나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피력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북한에 옥수수 1만톤을 제공한다는데 여러 번 말했지만 청와대에서 작년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할 때 인도적 지원은 즉각 실시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동의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인도적 식량과 비료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누차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 대북지원도 봉쇄하고 있어 세관에 가면 민간이 북한에 보내기 위해 준비해놓은 제품들이 품위가 떨어지고 기계 같은 것은 녹슬 위험에 있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미국, 유럽 여러 나라는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만 못하고 있어 참으로 부끄러운 현상이다. 왜 옥수수인가. 외국에서 수입해서 보내야하는데 아시다시피 쌀값문제가 심각한데 국내의 쌀을 보내야할 텐데 왜 옥수수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연기군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는 것 같다. 세종시 관련해서 청와대 얘기 다르고, 한나라당 의원 얘기 다르고, 대표, 원내대표, 박근혜 의원 얘기가 다 다르다. 이 정권은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지 정부여당이 의견을 통일하고 정책을 협의하는데 당정협의는 뭐 때문에 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문제는 이미 2005년에 국회에서 여야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법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한사람이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박근혜 대표가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책임의식을 가진 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난번 언론악법의 경우에 초기에 온당한 주장을 하다가 나중에 이상한 논리를 만드는 바람에 저희가 난감한 지경에 처했는데 혹시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정부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대해 좀 더 투명하고 명명백백하며 정정당당하게 임해주었으면 좋겠다. 국민을 시험하는 일, 국민 뒤에서 이런저런 전술전략을 구사하다 나중에는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정당당하고 여당, 집권층답게 처신해줄 것을 간곡히 요구”했다.

정세균 대표. 그는 이제 강력한 정치권의 각종 세균(細菌)을 무찌르고 성공할지, 아니면 바이러스에 먹히는 세균이 될지, 이를 시험하는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moon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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