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술이 좀 과했다. 10여명 계모임 아저씨들의 팍팍한 인생살이 푸념 때문이었나 보다.
“세상이 점점 팍팍해 진다. 옛날엔 안 그랬던 같은데........” 대충 정리하면 이런 거 같다. 아이들 학교 보내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 같고, 학원비는 왜 그렇게 비싼지, 학교에선 안 가르치나? 40대 중반이면 벌써 회사에서 안 짤리나 하고 눈치도 늘고, 노후대책도 내가 직접 해야 한다. 선진국은 60살이 되면, 노후 연금으로 세계여행도 한다는데..... 집값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간 토끼마냥 따라 갈 수가 없다. 아이들도 너무 힘든 거 같다. 서울에 있는 학교만 가도 ‘서울대’ 가는 거란다. 어머님 아프시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치매가 없는 것만 해도 복이다 싶다. 노인병원, 그 비용 감당하려면 집도 팔 결심을 해야 한단다. 우리 동넨 분명 서울인데 인구가 준다. 매년 5,000명씩 준단다. 주로 고등학교 올라갈 즈음엔 좋은 학군 찾아서 전세․월세로 줄여서라도 이사를 간단다. 강남3구가 집값이 안 비싸면 이상한 거란다. 그렇게 빡세게(?) 공부해서 대학 나와도 갈 데가 마땅치 않다. 아버진 50대 초중반에 명예퇴직 하시고, 아들 딸은 그러니 세계 최하위 출산율 1.15명은 너무 당연한 거란다!!! 오늘(2월26일)은 피겨여왕 동계올림픽을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들!!! 모태범, 억울하게 금메달 빼앗긴 3,000m 쇼트트랙 여자 선수들, 13위의 꿈나무 ( 1960년대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했던 나라, 필리핀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 나라만큼 잘 살 수 있는지 배우러 왔다”고 차관을 빌렸던 나라,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비아냥을 받던 나라, 바로 그 대한민국이 지금은 세계 제12위의 무역강국, 세계 최고수준의 it강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가 됐다. 2002년 월드컵 때 ‘시청앞 100만명의 붉은 악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긍심과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어제와 오늘 밤과 낮처럼 상반된 두 모습의 대한민국을 본다. 일자리, 사교육, 내 집 마련, 노후대책!!!! 이건 개인만의 책임일 수 없다. 그래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거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걸 풀어 달라고 ‘경제대통령’ 뽑아 준 거 아닌가? 북유럽의 선진국은 세금이 월급의 45~55%에 이른다. 심하면 60%이상인 경우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불평 없이 세금을 기꺼이 낸다. 국가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거다. 개인과 국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그 책임은 각각 어디까지인가? 개인과 국가 간 관계의 역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갑자기 세계화 얘기를 하다가 50대 푸념과 대한민국 자랑을 하느냐고 어리둥절 할만하다. 세계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두 가지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지식정보사회라고 하는데, 이를 국제경제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초경쟁 사회(hyper competition society)라 할 수 있다. 영어로 강하다는 스트롱(strong), 더 세면 수퍼(super), 더 세면 울트라(ultra) 그 보다 강하고, 너무 강해서 약간 맛이 간, 좀 비정상적인 걸 하이퍼(hyper)라고 한다. 그래서 수퍼맨(super-man)은 하늘을 날고, 울트라 니뽄(ultra nippon)은 축구를 더 잘하라는 일본 축구팬들의 바램이 되었고, 하이퍼마켓(hyper market)은 엄청나게 싸게 파는 가게가 되었다. 아마도 하이마트(hi-mart)도 품질이 높다는 의미에 가격이 엄청 싸다는 의미를 담아 작명했음직 하다. (덕분에 하이마트 선전해 줬나?) 따라서 초강력 경쟁사회(hyper competition society)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어지럼병이 날 것 같다는 의미다. 제발 우릴 경쟁에서 빼줬으면 좋겠는데, 사회가 우리를 가만히 나주질 않는 거다. 이 기분이 좀 거시기한 “초경쟁 사회(hyper competition society)를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글로벌(global) 초경쟁 환경이 도래한 이유는 ① 신자유주의와 ② 상시적인 기술혁신 그리고 ③ 지식경제체제 때문이다. 너무 어렵다. 졸~라게 어렵다.(‘졸라게’는 큰 딸 한테 배운 건데, 대체로 웃는다???) 조금만 참아보자. 첫째,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란 국가에 의한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좀 거칠게 얘기하면, 자본주의의 자본의 힘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자본이 국가에 대하여 요구한다. “국가여! 제발 시장에 간섭 좀 하지마! 하려면 최소한으로 해! 내가 알아서 할께 날 좀 내버려둬!” (그들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옛날엔 “내가 서울에 투자하든 부산에 하든 간섭 좀 안하면 안 되겠니!”하던 것이 이젠 세계의 모든 정부에 대해서 요구하게 된다. “내가 중국에 하든, 베트남, 아프리카에 하든 간섭하지 마! 나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사람과 상품의 이동을 포함한다.)에 대해서 모든 국가들이여 간섭 좀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요구를 국제협약으로 맺게 되는데, 바로 1995년 협정된 wto(world trade organization)다. wto체제야말로 신자유주의의 완성판이다. 신자유주의는 하이에크가 주창한 것으로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대통령과 영국의 대처수상의 집권과 함께 본격화한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 '자유시장', '규제완화', '감세정책', '공공복지의 축소'등 우리 귀에 익숙한 말들이 핵심키워드다. 이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wto를 통해서 세계 어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를 우리는 세계화라고 말한다. ‘자유!’ 아! 가슴 뛰는 자유! 그런데 그 자유는 누구의 자유인가? 자본과 시장의 자유인가, 노동의 자유인가? 이제 약 3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가 역사적 종말을 고하고 있다. 2008년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의 붕괴로 야기된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통해서 말이다. 이 역사적 순간을 우리는 함께 목격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지기론'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대체 미국에 사는 성도 이름도 모르는 제3세계에서 이민 왔거나 소득이 낮아 못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파트 대출금을 못 갚아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지기론’하고,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서, 자영업가 폐업을 하고, 대학졸업한 청년들이 들어갈 회사가 없으며, 멀쩡한 중소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세계화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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