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멋진 불쏘시개'일까, '뜨거운 횃불'될까?

외부와 타자를 향한 칼춤이 끝나면, 칼끝은 자신과 내면을 향할 것. 칼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칼럼니스트 정하룡 | 기사입력 2021/03/15 [08:18]

윤석열,'멋진 불쏘시개'일까, '뜨거운 횃불'될까?

외부와 타자를 향한 칼춤이 끝나면, 칼끝은 자신과 내면을 향할 것. 칼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칼럼니스트 정하룡 | 입력 : 2021/03/15 [08:18]

▲ 홍효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 칼럼니스트 정하룡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날이 3월 1일. 이어 3일에 대구시장의 환영 속에 대구고검을 방문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부패완판'이라는 명언(?)을 남긴 뒤,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볼 수 없다'면서…

 

'캬~ 머찌다!'

 

이전에는 더 멋졌다. 사람들은 기억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2016년 12월 28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그때 윤석열과 그의 파트너 한동훈 검사는 '대기업의 저승사자', '대기업 회계비리와 조세비리 및 공정거래법의 달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SK건설 담합사건을 수사하며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해 결국 박 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검찰의 첫 고발요청권 행사였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을 구속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비리 수사에선 법원이 장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 검사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다.

 

1999년 경찰청 정보국장을 수뢰 혐의로 구속했고, 2005년과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자 윤대진 특수2부장과 함께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을 찾아가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정 회장은 결국 구속됐다.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사건과 C&그룹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LIG그룹 기업어음(CP)에선 구자원 회장 등 일가 3부자를 모두 기소했다.

2012년 말 특수부 검사들이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 때는 선봉에 서기도 했다.

 

2013년 국정감사 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외압도 폭로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와 법무부가 이를 막자 상부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자택 압수수색을 하는 등 항명파동을 일으켜 직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때 남긴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석열 어록의 1호 브랜드가 됐다.

 

세간의 감탄사, '캬~ 머찌다!' ...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퇴임한 바로 다음날인 5일, '갑분싸~' 윤석열이 검찰총장에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멋있다'는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로 옮겨가는 듯하다.

 

그의 행보가 상당히 치밀하고 오래 준비된 듯한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발언은 '사퇴의 변'이라기 보다 '출마의 변'으로 느껴졌다.

 

3월 5일 TBS 의뢰로 KSOI가 조사한 윤석열 전 총장의 대권후보 지지율은 32.4%였다. 문화일보 의뢰로 리얼미터가 6~7일 조사한 결과는 28.3%다. 윤석열 대권후보 지지율이 단숨에 30% 내외로 수직상승한 것이다.

 

사실 작년 여름부터 야권주자 1위로 나선 윤석열이 언제 사퇴할 것인가가 정치권 안팎의 주요 관심사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그의 지지세가 분기탱천憤氣撐天해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추 장관이 퇴임하자 '압박받는 투사'의 이미지는 희석되고 지지율도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이 지점에서 윤석열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옷을 벗을까'하는 게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서 명분을 찾은 것이다.
 
타이밍은 절묘했다.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1위에 올려놓으며 반응은 뜨거웠다. 갈 곳 몰라하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대정서가 윤석열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든 모양세다.


'멋진 불쏘시개'로 사라질 것인가! 촛불에 이은 '뜨거운 횃불'로 타오를 것인가?


왜 하필 지금이냐? 즉 왜 3월 초인가?는 '정치일정'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4월7일 서울 부산 광역단체장 재보선을 한달, 2022년 대선까지 12개월 남은 시점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퇴직후 1년간 검사와 법관의 공직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여권에서 본격적인 논의만 시작되었을 뿐, 실제 성안된 법안내용은 없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가 검찰총장직을 던질만큼 절대절명의 시간이었을까? 아니라면, 사퇴의 명분으로 중수청 설치 반대를 끌어왔을까?

 

물론 여권 핵심에서 중수청 설치를 밀어붙인 것이 윤 총장의 사퇴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여하튼 윤석열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가장 핫플레이스가 4월7일 재보선이고, 이 지점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태려 할 것이다.

 

재보선 이후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해, 사퇴의 명분을 극대화하고 그 힘을 배경으로 4.7 재보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검찰주의 파괴와 법치주의 훼손 시도에 사퇴로 맞선 검찰총장, 공정과 정의의 상징적인 인물 윤석열로서의 행보와 발언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LH공사 사태'를 두고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다',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며 현안 이슈에 대한 평가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 언급의 방향은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강조하는 '검찰주의'에서 공정과 정의의 '헌법주의'로 선회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 분명한 것은 검찰총장 윤석열은 이제 대한민국 정치인이다라는 것.


필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서 얼핏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 '모래시계'의 피날레 씬이다. 주인공 최민수의 어머니 역, 고 김영애 분. 모래시계의 마지막 장면...

 

아들 잃은 엄마, 김영애의 연분홍 스카프가 허공에 휘날린다. 하염없이... 정처없이...스크린을 새하얗게 가리며...영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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